Page 146 - 선림고경총서 - 02 - 산방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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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려 하지 않으니 참으로 훌륭하십니다.그대 같은 분이야말로
            설혹 죽은 말[死句]을 본받아 죽게 되더라도,오랜 뒤에는 반드

            시 그 죽음에서 홀연히 살아나 그 활구(活句)만을 또렷하게 볼
            것입니다.참으로 훌륭하십니다.”
               한밤 내내 했던 대화가 이쯤 되자,숲 속에서 새벽닭은 울고

            동방이 점점 밝아 왔다.나는 그만 잠이 들고 그 객승 또한 말
            을 잊었다.잠깐 있다가 깨어나서 밤새 담론했던 내용을 생각해

            보았더니,끝내 한 글자도 기억이 나질 않았다.우연히도 동자가
            붓으로 종이에 내용을 수록하여 나에게 보여주길래,나는 화를
            내면서 물리치고 꾸짖었다.

               “나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없다.이야말로 총림에서 죽 먹고
            밥 먹는 그 기운이 뻗쳐서 한 헛소리이니 마땅히 물리쳐야 하느

            니라.”


                                                          山房夜話 下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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