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1 - 선림고경총서 - 02 - 산방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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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房夜話 下 139
13.깨달은 내용을 설법할 수 있습니까?
객승이 질문하였다.
“ 능엄경 에서 말하기를,‘내가 멸도한 후 보살이나 아라한이
말법 세상에서 갖가지 모습으로 나타나 중생들과 동사섭(同事
攝)을 하리라.그들은 진실한 보살이나 참된 아라한을 자처하지
않고 부처님의 밀인(密因)을 누설하지도 않으며 아직 공부하지
않은 학자들에게 경솔하게 말하지도 않으리라.그러나 오직 생
명이 끝날 때에 은밀하게 부촉하는 것만은 제외된다’라고 했습
니다.
요즈음 스승의 위치에 앉아 있는 스님들을 살펴보니 여러 무
리 앞에서 깨달은 연유를 말하고,혹 배우는 사람들이 믿지 않
으면 정말이라고 거듭 맹세하기도 합니다.이것은 마치 옛 부처
님의 진실한 말씀을 어기고 후세 사람의 허망한 습속을 조장하
는 듯합니다.이래도 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나는 대답했다.
20)
“이 말에는 그 유래가 있습니다.오등(五燈) 에서,모든 조
사스님들의 본전(本傳)을 뽑아 편찬할 때 반드시 그가 깨달은
연유를 우선적으로 실었습니다.그가 깨닫던 때에는 마치 오랫
동안 잊었던 것을 갑자기 기억한 것 같기도 했으며,벙어리가
꿈을 꾸는 듯도 했으며,오직 자신만이 알 뿐 그 밖의 사람들은
20)오등 전등록․광등록․연등록․속등록․보등록 등 스님들의 깨친 인연과 법
어를 기록한 역사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