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2 - 선림고경총서 - 02 - 산방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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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 수조차 없었습니다.이야말로 스스로 몸소 증득한 삼매(三昧)
            이기 때문에 입을 막고 말을 못 하게 했습니다.어찌 들오리[野

            鴨]를 묻고,포모(布毛)를 불며,도화(桃花)를 보고,뿔로 만든 피
            리[畵角]를 듣는다는 따위의 말이 있을 수조차 있겠습니까!”
               대체로 이런 말이 있게 된 데에도 그 까닭이 있습니다.그것

            은 스승이 따져 물어서 마지못해 그렇게 대답한 경우도 있고,
            혹은 어떤 경계를 굳이 설명하자니 그렇게 한 것이며,혹은 맨

            나중에 깨달음이 전혀 치우치지 않았다는 것을 밝히기 위해서이
            기도 하였으며,혹은 그 당시에 가리고 덮어둘 상황이 아니었기
            에 나쁜 소문이 나돌지 못하도록 하려고 그런 말을 하기도 했으

            니,모두가 어쩔 수 없어서 그랬던 것입니다.그러나 그 중에는
            깨달은 것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려고 그런 것도 있습니다만,

            이미 깨달은 대열에 들어섰다면 어찌 증거가 없겠습니까.다만
            아주 비밀스럽게 감추어 겉으로 드러나게 하지 않으려고 했었을
            뿐입니다.

               정말 도를 체득한 분들은 일찍이 깨달았다는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그러나 마치 산 속에 훌륭한 옥(玉)이 묻혀 있
            으면 겉에는 초목이 더욱 잘 자라나듯,또 연못에 보배 구슬이

            들어 있으면 겉으로 파도가 영롱하듯 한 것은 자연스런 이치입
            니다.진짜 깨달은 스님[本色宗匠]은 자신이 체득한 것으로 제자

            들을 결택해 줄 뿐,자기 깨달음을 끌어다가 남들이 믿어 주기
            를 강요하지 않습니다.또한 마음을 내고 사념을 요동하면서까
            지 기연(機緣)을 교묘하게 만들어서,그 당대의 사람들을 미혹시

            키고 나아가 후배들을 피곤하게 하는 것을 결코 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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