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3 - 선림고경총서 - 02 - 산방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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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房夜話 下 141


            다만 상대의 능력에 알맞게 자세히 지도하다가 혹 제자들이 믿
            지 않더라도 전혀 상관하지 않습니다.실로 생멸심을 망령되이

            내어서는 삼매(三昧)를 잃고 말 것입니다.그러니 깨닫는 이치라
            는 것이 숨길 수 있는 것이겠습니까,누설할 수 있는 것이겠습
            니까?”






               14.열반하는 모습으로 도의 깊이를 따질 수 있습니까?



               객승이 질문했다.

               “참선하는 스님은 임종할 때에 앉은 채로 입적하기도 하며,
            혹은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습니다.임종할 때에 앉은 채로 입
            적하는 분은 평소에 무엇을 지켜서 그렇게 되는지요?”

               나는 대답했다.
               “지킬 것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이것은 업연(業緣)에

            관계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굳이 그것에 구애될 필요는 없습니
            다.보통 마음을 깨달은 사람은 알음알이가 소멸하여 바깥 경계
            에 얽매이지 않고,견해[見]가 물러나고,집착이 없어져서 앉은

            채로 열반하는 것[座脫]같은 것은 애초부터 생각하지도 않습니
            다.혹 임종할 때에 질병의 고통이나 다른 근심 걱정에 걸리지

            않으면 요요분명(了了分明)하여 초연히 홀로 육신의 껍질을 벗
            어납니다.그리하여 육신을 벗어 버리고 활개치고 가 버리는데
            무슨 앉은 채로 열반에 든다는 것 따위를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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