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 - 선림고경총서 - 02 - 산방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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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난 중생만이 숙세부터 단계를 거치지 않고 하나를 듣고 천 가
지를 깨달아 근본자리[總持]를 체득합니다.
이런 다음부터는 깊은 산 속에서 홀로 잠자기도 하고,때로
는 세상일에 뛰어들어 종횡무진하게 인생살이[常情]를 말하기도
합니다.말과 행동[語黙卷舒]에 고정된 형식을 두지 않는데,어
찌 이른바 선정(禪定)이니 태식법(胎息法)이니 하는 등등의 고정
된 형식[窠臼]을 주장했겠습니까!달마스님은 상징에 불과한 문
자(文字)를 매개로 하지 않고 사람의 본심을 바로 가리켰던 것
입니다.이때로부터 여섯 대를 거쳐 6조 혜능(六祖慧能)스님께
전해졌습니다.혜능스님께서는 말씀하시기를 ‘사람의 본성을 바
로 가리켰다[直指人心]고 말하더라도 이것은 빙 둘러 가는 것
[曲]이다’라고 했습니다.그러니 이 말씀에 어찌 상징에 불과한
언어나 문자로써 전해 줄 그 무엇이 따로 있겠습니까!
요즈음 항간에는 태식론(胎息論)이 유행한다고 하는데,이는
어느 망령된 무리들이 달마스님을 모함하려고 그런 것인지 모르
겠습니다.더구나 태식론(胎息論)이 퍼진 뒤로부터 달마스님의
본뜻을 속이려는 무리들은 그 학설을 좇아서 서로를 그릇되게
만들고 있습니다.이것은 달마스님을 속이는 것이라기보다는,오
히려 자신의 마음을 속이는 짓인 줄 알아야 합니다.
부처님께서 49년 동안 설법하심은,실로 중생들이 자기 자신
에게 속아 생사의 괴로움 속에서 허망하게 자신을 속박하여 끝
내는 그것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꼴을 불쌍히 여기셨기 때문입니
다.그래서 마음의 법[心法]을 보여,스스로 속아넘어가는 것을
막으려 하신 것입니다.그런데 지금에 와서 도리어 그 마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