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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문숭행록 서 17
치문숭행록서(緇門崇行錄敍)
어떤 스님이 나에게 질문하였다.
“사문(沙門)은 어떤 일을 합니까?”
“ 도를 일삼는다.”
“ 도 닦는 데는 무엇을 근본으로 합니까?”
“ 덕을 실천함이 근본이다.”
그 스님은 말하였다.
“스님은 꼭 막힌 사람이군요.영리한 사람은 지혜로써 도에
들어가고,둔한 사람이나 복을 닦습니다.사문이 지혜면 되었지
덕은 닦아 무엇하겠습니까?”
나는 이렇게 말하였다.
“훌륭한 옛 분들도 ‘덕을 실천하는 것이 근본이다’,‘원대한
경지에 이르려는 선비는 먼저 자신의 그릇을 알아야 한다’고 하
셨다.더구나 위없는 보리인 오묘한 도를 알맞은 근기가 아니고
서야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사자의 젖은 유리병에 저장하지 않
으면 변하고,만 근 되는 솥을 조각배에다 실으면 뒤집혀서 빠지
지 않을 자가 드물 것이다.
요즈음 사문들은 약간 재주가 영리하면 훈고학(訓詁學)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