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 - 선림고경총서 - 04 - 치문숭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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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치문숭행록
공하고 문필(文筆)을 업으로 하기를 마치 유생(儒生)처럼 한다.
한 수 더하여 고덕(古德)의 깨닫게 된 동기[機緣]를 있는 대로 주
워 모아 그 메아리를 좇고 그림자나 잡으려 하여 눈 밝은 사람
의 비웃음거리가 되기도 한다.그들의 말을 들어보면 불조(佛祖)
보다 앞서나 행동을 살펴보면 용렬한 범부보다 뒤지니,이는 말
법시대의 폐단이 극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나는 이 점을 두려워하여 옛 분들의 선행(善行)을 수집하고
요점을 기록하여 이를 10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그 10가지는 어떤 것인가.
더러운 세속을 떠난 것을 승(僧)이라 하니,그러므로 ‘청정한
고 소박한 행[淸素之行]’을 맨 첫 번째에 두었다.
그런데 청정․소박하기만 하고 근엄하지 않으면 뜻만 고원한
선비의 청정․소박일 뿐이다.신(身)․구(口)․의(意) 3업(三業)
을 다 포함함이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이므로 엄숙하고 바른 행
[嚴正之行]을 그 다음에 두었다.
다음으로 엄정(嚴正)은 스승의 훈계를 말미암아 성취되고,스
승은 모든 사람에게 모범을 보이므로 ‘스승을 존중하는 행[尊師
之行]’으로 받았다.
어버이가 낳아 준 후에야 스승이 교육을 시키나니,그 어버이
를 잊으면 이는 근본을 망각하는 것이다.계율에 비록 만행(萬行)
이 있으나 효도로써 으뜸을 삼으니,그러므로 ‘어버이에게 효도
하는 행[孝親之行]’으로 받았다.
충과 효는 두 이치가 아니다.어버이만 알고 임금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은 사사로운 마음이다.임금 한 사람에게 기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