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4 - 선림고경총서 - 04 - 치문숭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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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치문숭행록


             이슬에 드러나 있다.거두어 모시고 와 장사지낼 수 있겠느냐?”
             고 하자,스님은 곧 길을 떠났다.드디어 곽산에 이르러 수많은

             백골(白骨)을 모아서 밤낮으로 경전을 지송(持誦)하면서 이렇게
             빌었다.
                “옛사람은 정성으로 감동시켜 핏방울로 뼈를 가리어 알아보았

             다 합니다.원하옵건대 뭇 뼈 가운데서 움직이는 것이 있어서 아
             버지의 유해인 줄로 알게 해주십시오.”

                그리고는 일심으로 주의를 기울이면서 눈을 경솔하게 떼지 않
             았다.그렇게 며칠이 지나자 해골 하나가 뼈무더기에서 튀어나와
             한참이나 흔들거렸다.스님은 팔짝팔짝 뛰는 유골을 안고 돌아와

             어머니를 뵈었다.그날 밤 어머니는 부군이 되돌아오는 꿈을 꾸
             었는데,다음날 새벽에 유골이 이른 것이다.사람들은 이를 지극

             한 효성에 감동한 결과라 하였다.그 후 스님은 임금의 요청에
             응하여 도를 강론하였는데 상석에 앉는 경우가 많았으며,조정에
             서나 일반 대중이 모두 귀의하고 존중하였다.

                찬탄하노라.

                음식을 끊어 배고픈 어머니께 공양하고

                경전을 읽어 아버지의 유골을 찾았으니
                대효(大孝)가 죽은 이와 산 이에 함께하였다 할 수 있으니
                지극한 효행은 고금을 초월한 것이라 할 만하다.
                아-아,기특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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