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2 - 선림고경총서 - 04 - 치문숭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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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치문숭행록
그의 아버지가 어업으로 먹고살다가 그만 익사하자,이때부터 출
가하여 아버지에게 보답하려 하였다.짚신에 베누더기를 입고 겨
우 연명할 정도로 먹으면서 설봉 의존(雪峯義存)스님과 도반이
되었다.설봉스님은 그런 고행을 한다 해서 그를 ‘두타(頭陀)’라
고 불렀다.
하루는 걸망을 지고 선지식을 두루 참방하리라 마음먹고 산을
나서다가 갑자기 발을 다쳐 피가 흐르자 거기서 확연히 깨달았
다.그리하여 산을 나가지 않고 설봉스님에게서 심요(心要)를 결
단하였다.설봉스님은 언젠가 그를 두고 이런 말을 하였다.
“사비 두타는 부처님의 후신이다.”
그 후 홀연히 꿈에 아버지가 나타나,
“자식이 출가하여 심지(心地)를 밝힌 덕분에 천상에 태어날
수 있었다.그래서 이렇게 와 알려주는 것이다.”
라고 고마워하였다.
9.정강이 살을 베어 주고 출가하다[刲股出家]
당(唐)대 감종(鑑宗:?~866)스님은 호주(湖州)장성(長城)사
람으로 성은 전씨(錢氏)였는데 아버지인 성(晟)이 병이 들자 정강
이 살을 잘라 다른 고기라고 속여 공양하였다.그러자 아버지의
병이 나았다.그 후 출가를 구하더니 염관 오종(鹽官悟宗)스님을
배알하였는데,대중을 따라 참례하고 법문을 청하는 자리에서 마
음의 근원을 홀연히 깨달았다.함통(咸通)연간(860~873)에 천목
산(天目山)동쪽 봉우리인 경산(徑山)에 머물렀는데,경산 제2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