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1 - 선림고경총서 - 04 - 치문숭행록
P. 81
제5장 임금에게 충성하는 행[忠君之行] 81
4.재계를 잘 설명하다[巧論齋戒]
송[劉宋]의 구나발마(求那跋摩)스님은 계빈국(罽賓國)의 왕족
이다.원가(元嘉)8년(431)에 건업(建業)에 오자 황제가 질문하였
다.
“과인은 재계를 지키면서 살생하지 않으려 하나,나라의 정치
를 주관하고 있는 몸이라 내 뜻대로 하지 못하니 어찌해야 하겠
습니까?”
스님이 대답하였다.
“왕이 닦아야 할 것은 필부와는 다릅니다.즉 필부는 신분이
천하고 명예도 없으므로 사욕을 극복하며 고행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왕은 온 나라로 집안을 삼고 만백성을 자식으로 삼았으
니 아름다운 말 한마디에 모두가 기뻐하고,선정 하나 베풀면 인
간과 귀신이 화기롭게 됩니다.또한 형벌로 생명을 꺾지 않으며
부역으로 백성들의 힘을 수고롭게 하지 않으면,비․바람이 때맞
춰 오고 기후가 순조로워 큰 풍년이 듭니다.이처럼 재계를 지니
시면 재계도 성대해지며,이같이 살생하지 않으시면 계율도 지극
해집니다.어찌 고기 한 끼 상에 올리지 않거나 새 한 마리 살려
준 정도로 중생구제를 다했다 하겠습니까?”
황제는 의자를 어루만지며 찬탄하였다.
“속인은 원대한 이치를 모르고 사문은 일상적인 가르침에 막
혀 있기 마련인데,법사의 말씀은 진실로 밝게 깨달아 천인(天人)
사이를 통달했다 하겠습니다.”
그리고는 관리[有司]에게 칙명을 내려 필요한 물건을 공양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