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0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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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오가정종찬 상
“법을 물은 스님이 나이 어린 후생(後生)이기는 하지만 매우
법답습니다.만일 인사하러 오거든 그에게 방편을 주십시오.”
그 이튿날 방장실에 올라가서 인사를 올리자 황벽스님은 고안
(高安)땅 대우(大愚)스님을 찾아보도록 일러주었다.스님이 대우
스님을 찾아가자 대우스님이 물었다.
“어디서 왔느냐?”
“ 황벽산에서 왔습니다.”
“ 황벽스님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던가?”
“ 불법의 정확한 요지를 세 차례 물었다가 세 차례 맞았습니다.
제게 무슨 잘못이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 황벽스님은 그대를 위하여 그토록 노파심을 다했는데,그대는
이곳을 찾아와 잘잘못을 따지는구나.”
“ 황벽스님의 불법이 원래 별 게 아니로군요!”
대우스님은 스님의 멱살을 움켜잡고서 말하였다.
“이 오줌싸개야!조금 전엔 잘잘못을 따지더니 이제 와선 도리
어 황벽스님의 불법도 별 게 아니라고?!네가 무슨 도리를 보았기
에 그렇게 말하느냐?”
이렇게 윽박지르자 스님은 대우스님의 옆구리를 주먹으로 세
차례 쥐어박았다.대우스님은 스님을 밀쳐내면서 말하였다.
“그대 스승은 황벽스님이니,내 관여할 일이 아니다.”
그리하여 스님이 다시 황벽산으로 돌아오자 황벽스님이 보고
물었다.
“왔다 갔다 하다가 언제 깨달을 날이 있겠느냐?”
“ 오직 스님의 간절한 노파심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