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2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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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오가정종찬 상


            념단지 속에 눌러앉았는지 모르겠구나.”



               스님께서는 임종하며 말하였다.
               “내가 죽은 뒤 너희들은 나의 정법안장을 잃어서는 안 된다.”
               이때 삼성 혜연(三聖慧然)스님이 말하였다.

               “어떻게 감히 스님의 정법안장을 잃을 수 있겠습니까.”
               “ 뒷날 누군가 너에게 묻는다면 무엇이라고 말해 주겠느냐?”

               삼성스님이 악!하자 스님이 말하였다.
               “나의 정법안장이 이 눈먼 당나귀에게서 멸할 줄을 누가 알았
            으랴.”



               찬하노라.



                 넓디나 넓은 집의 대들보며
                 말쑥한 사당의 그릇이어라.
                 찬 서리 끼얹는 얼굴이여
                 찬 기운 사람을 압도하고
                 짐승마저 굴복시키신 위엄이여
                 피비린내나는 바람 온 누리 휩쓰네.

                 목주스님 처음 뵙고 공부할 때는
                 울타리 뛰어넘고 담장을 박차더니
                 황벽스님에게 매맞고 나서야
                 길 가는 이 약탈하고 저자물건 휩쓸었네.

                 억울한 60방망이 분풀이 갚으려고
                 대우스님 허리춤에 주먹을 갈겨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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