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 - 선림고경총서 - 10 - 오가정종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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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오가정종찬 하

               스님이 말씀해 달라고 청하니,위산스님은 불자를 들어 한 점

            을 찍었다.이에 스님이 말하였다.
               “바라옵건대 스님께서는 저를 위해 말씀해 주십시오.”

               “ 부모가 낳아 주신 입으로는 결코 자식을 위해 말하는 게 아니
            다.”
               “ 이곳엔 저와 나이가 비슷한 스님은 없습니까?”
               위산스님이 운암 담성스님을 만나 보라 하였다.스님은 위산스

            님 회하를 떠나 바로 운암스님을 찾아가 무정설법에 대해 가르침
            을 청하자 운암스님이 말하였다.

               “듣지 못했느냐?미타경(彌陀經)에 ‘물새와 숲 나무 모두가 염
            불하며 법을 설한다’한 것을.”
               이 말에 스님은 느낀 바 있어 게송을 지었다.



                 신기하구나.정말 신기하구나!
                 불가사의한 무정설법이여
                 귀로 듣는다면 끝내 깨칠 수 없으니
                 눈에서 소리를 들어야 비로소 알 수 있으리.
                 也大奇也大奇 無情說法不思議
                 若將耳聽終難會 眼處聞聲方得知



               하루는 운암스님에게 물었다.
               “저에겐 아직도 남은 습기가 있습니다.”
               “ 그대는 이제껏 무엇을 해왔느냐?”

               “ 부처의 가르침이라 해도 행하지 않았습니다.”
               “ 그렇다면 환희지(歡喜地:10地의 初位)를 얻었다는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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