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 - 선림고경총서 - 10 - 오가정종찬(하)
P. 19

제3권 조동종 19

               “환희지가 없지는 않으나 그것은 마치 똥더미에서 진주 한 알

            을 주운 것과 같습니다.”
               스님이 운암스님을 떠나면서 물었다.

               “스님이 세상을 떠나신 후 누군가 불쑥 스님의 참모습을 아득
            하게나마 얻었느냐고 물으면 무어라 대답하리까?”
               운암스님이 잠자코 있다가 말하였다.
               “그저 이럴 뿐이다.”

               스님이 깊은 한숨을 쉬자 운암스님이 말하였다.
               “양개스님!그 일을 알아차리려면 정말 자세히 살펴야 한다.”

               스님은 그때까지도 의심을 벗어버리지 못하였는데 그 후 개울
            물을 건너다가 자신의 그림자를 보고서 활짝 깨치고 게송을 지었
            다.



                 남에게서 찾는 일 절대 말지니
                 나와는 아득히 멀어지리라
                 내 이제 홀로 가노니
                 가는 곳마다 그를 만나네
                 그는 이제 나이지만
                 나는 이제 그가 아니니
                 마땅히 이렇게 알아야만이
                 비로소 여여한 경지를 깨달으리라.
                 切忌從他覓 迢迢與我疎
                 我今獨自往 處處得逢渠
                 渠今正是我 我今不是渠
                 應須恁麽會 方得契如如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