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 - 선림고경총서 - 10 - 오가정종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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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오가정종찬 하

                 달 밝고 바람 맑은 좋은 시절이로다.
                 枯木花開劫外春 倒騎玉象趁麒麟
                 而今高隱千峰外 月皎風淸好日辰



               찬하노라.


                 운암의 아랫목을 뛰어넘은 아이
                 모든 티끌과 상대하지 않도다.

                 갈대밭으로 굴러 들어가 백마를 채찍질하니
                 종적을 찾기 어렵고
                 옥 코끼리 거꾸로 타고 기린을 뒤쫓을 때
                 방향만은 분명했었네.

                 물 새며 나무들이 언제 설법한 적이 있었기에
                 부질없이 신기하다 감탄을 하고
                 담장도 기와조각도 너를 위해 기연을 열어 주는데
                 또렷이 깨닫지 못하는구나.

                 똥무더기 위에서 진주 한 알 주웠으니
                 옛 습기 버리지 못하였고
                 물에 비친 그림자에서 스승의 참모습을 어렴풋이 보았으니
                 돈 잃고 고생한 꼴이로다.

                 금바늘에 옥실로
                 남몰래 천 겹 비단 옷을 뚫고 들어가니
                 석녀(石女)와 목인(木人)이
                 가만히 보경삼매(寶鏡三昧)를 전해 주었네.

                 어째서 비원령으로 들어가지 않느냐고 말했다가
                 수긍 않고 혀가 썩을 때까지 기다리라는 북원의 말을 들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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