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6 - 선림고경총서 - 10 - 오가정종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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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오가정종찬 하
“스님은 산에 오르는 길이오?”
“ 그렇소!”
“ 내,한마디[一則]부탁할 것이 있는데 절에 가거든 주지스님에
게 물어주시오.그런데 다른 사람이 시킨 말이라고 하면 안 됩니
다.”
“ 그렇게 하지요.”
“ 절에 가서 주지스님이 법당에 올라 대중을 모아 놓거든 그 자
리에서 앞으로 나아가 그의 팔을 잡고 ‘이 늙은이야,목 위에 쓰
고 있는 형틀을 왜 벗어 던지지 못하느냐!’라고 하시오.”
그 스님은 스님이 가르쳐 준 대로 하였다.그러자 설봉스님은
갑자기 법좌에서 내려와 멱살을 움켜잡고 “빨리 말해라,빨리!”라
고 소리쳤는데 그 스님은 말이 없었다.설봉스님은 그 스님을 밀
치면서 말하였다.
“이 말은 네 말이 아니다.”
“ 제가 한 말입니다.”
“ 시자야!오랏줄과 몽둥이를 가져오너라.”
“ 사실은 제 말이 아니라 농막에 저 절강 땅 스님 하나가 저에
게 말하게 한 것입니다.”
“ 대중들아!농막에 가서 5백 명을 거느릴 선지식을 맞이해 오
너라.”
그 이튿날 스님이 산에 오르자 설봉스님은 한번 보고서 “무엇
하러 여기까지 왔느냐?”고 하니 스님은 손으로 입을 닦는 시늉을
하며 총총히 나가 버리자 설봉스님이 대단하게 여겼다.
영수 여민(靈樹如敏:?~920)스님은 20년 동안 수좌(首座)를 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