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8 - 선림고경총서 - 10 - 오가정종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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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오가정종찬 하

            다녔느니라.”



               찬하노라.



                 부들풀 숲속에 뛰어난 재목 있어
                 드넓은 그 기운은 하늘을 삼켰도다.
                 공왕사에서 떠나 온 것은
                 사분율의 뒤엉킨 말뚝에 매일 마음이 없었기 때문이며
                 목주스님의 문턱을 넘다가
                 다리 부러뜨리고 아무 쓸모 없는 놈이란 말에서 깨달았네.

                 과일이란 서리를 맞아야 익는 법이니
                 영수스님이 밝은 창 밑에 자리를 마련해 준 마음을 훤히 알았고
                 금은 손가락에 끼워야 부드러워지니
                 다시 설봉산에 들어가 큰 풀무 속에서 담금질했네.

                 유왕을 만나 보니
                 승당에서 얼굴에 뱉은 침이 마르지 않은 일 생각나고
                 현사스님의 벗이 되어
                 고기잡이배에서 온몸이 새빨가니 우습구나.

                 동산스님에게 3돈봉(三頓棒)을 때린 것은
                 간절한 노파심이요
                 운문산에 일자관을 세워서
                 종사들의 눈을 멀게 하였다.

                 물위에 세운 붉은 깃발 거두지 않았는데
                 어둠 속에 널린 해골 추려 보니 한이 없구나
                 17년을 나그네길에서 온갖 풍상 겪었으나
                 수백 년 후까지 매운 연기 가득한 성벽에 큰 공훈을 세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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