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7 - 선림고경총서 - 11 - 마조록.백장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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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조록/祖堂集 57


            [座主]였는데 오직 스님(마조)을 비방하기만 하였다.
               하룻밤은 삼경(三更)에 귀신사자[鬼使]가 와서 문을 두드리니,

            주지가 물었다.
               “누구시오?”
               “ 귀신세계의 사자인데 주지를 데리러 왔다.”

               “ 내가 이제 예순일곱인데 40년 동안 경론을 강하여 대중들에
            게 공부하게 하였으나 말다툼만 일삼고 수행은 미처 하지 못했으

            니,하루 밤 하루 낮만 말미룰 주어 수행케 해주시오.”
               “ 40년 동안 경론을 강의하기를 탐하면서도 수행을 못 했다면
            이제사 다시 수행을 해서 무엇에 쓰겠는가?한창 목마른데 우물

            을 파는 격이니,무슨 소용이 있으랴.
               주지가 아까 말하기를,‘경론 강하기만을 탐하여 대중에게 공

            부하게 했다’하는데 옳지 못하다.무슨 까닭인가?경전에 분명히
            말씀하시기를,‘스스로를 제도한 뒤에 남을 제도하고,스스로가
            해탈한 뒤에 남을 해탈케 하고,스스로를 조복한 뒤에 남을 조복

            시키고,스스로를 고요하게 한 뒤에 남을 고요하게 하고,스스로
            가 편안한 뒤에 남을 편안케 하고,스스로가 더러움을 떠난 뒤에
            남에게 더러움을 떠나게 하고,스스로가 깨끗한 뒤에 남을 깨끗

            하게 하고,스스로가 열반에 든 뒤에 남을 열반에 들게 하고,스
            스로가 즐거운 뒤에 남을 즐겁게 하라’하셨는데,그대는 자신을

            편안하고 고요하게 하지 못했는데 어찌 남에게 도업(道業)을 이루
            게 할 수 있겠는가.
               듣지 못했는가.금강장(金剛藏)보살이 해탈월(解脫月)보살에게

            말하기를,‘내가 바른 행을 닦은 뒤에야 남에게 바른 행을 닦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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