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9 - 선림고경총서 - 11 - 마조록.백장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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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조록/祖堂集 59
(妄想)으로 입을 놀려 어지러이 말했다.그러므로 반드시 죄를 받
아야 하니,다만 자신을 탓할지언정 남을 원망치는 말라.지금 어
서 빨리 가자.만일 늦으면 저 왕께서 나를 꾸짖을 것이다.”
그러자 둘째 사자가 말했다.
“저 왕께서 벌써 이런 사실을 아실 터이니,이 사람에게 수행
케 해준들 무방하지 않겠는가?”
첫째 사자가 말했다.
“그렇다면 하루쯤 수행하도록 놓아주겠소.우리들이 돌아가서
왕에게 사뢰어 허락해 주시면 내일 다시 오겠고,만일 허락지 않
으시면 잠시 뒤에 다시 오겠소.”
사자들이 물러간 뒤에 주지가 이 일을 생각했다.
‘귀신 사자는 허락했으나 나는 하루 동안 어떤 수행을 해야
하는가.’
아무 대책도 없었다.날이 밝기를 기다릴 겨를도 없이 개원사
(開元寺)로 달려가서 문을 두드리니,문지기가 말했다.
“누구시오.”
“ 태안사 주지인데 스님께 문안을 드리러 왔소.”
문지지가 문을 열어 주니,주지는 곧 스님(마조)께로 가서 앞
의 일을 자세히 말씀드리고 온몸을 땅에 던져 절을 한 뒤에 말했
다.
“죽음이 닥쳐왔는데 어찌해야 되겠습니까?바라옵건대 스님께
서 저의 남은 목숨을 자비로써 구제해 주십시오.”
스님께서는 그를 곁에 서 있게 하였다.날이 새자 귀신사자는
태안사로 가서 주지를 찾았으나 찾지 못하고 다시 개원사로 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