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0 - 선림고경총서 - 12 - 임제록.법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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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 임제록․법안록
를 떨치며 남쪽으로 갔다.복주(福州)에 도착하여 장경(長慶)스님
을 참례하였으나 확실히 깨닫지는 못하고,그 뒤 소수(紹修)․법
진(法進)스님과 함께 세 사람이 영남(嶺南)을 떠나오다가 지장원
(地藏院)을 지나다가 눈으로 길이 막혔다.잠깐 화롯가에 쉬던
차에 지장[羅漢桂琛]스님이 물었다.
“이번 길은 어디로 가는가?”
“ 이리저리 행각하렵니다.”
“ 무엇이 행각하는 일인가?”
“ 모르겠습니다.”
“ 모른다 하니 가장 적절한 말이군.”
또 셋이서 함께 조론(肇論)을 거론하다가 ‘천지와 나는 같
은 뿌리다’라고 한 대목에 이르자,지장스님이 물었다.
“산하대지가 그대들 자신과 같은가 다른가?”
스님이 “다릅니다”하자 지장스님은 손가락 두 개를 세웠다.
이번에는 “같습니다”하자 지장스님은 다시 손가락을 세우더
니 벌떡 일어나서 가버렸다.
눈이 그쳐 떠나겠다고 인사를 하자,지장스님께서 문에서 전
송하며 말씀하셨다.
“상좌,삼계(三界)는 마음일 뿐이며,만법(萬法)은 식(識)일 뿐
이라고 항상 말들 한다.”
그리고는 뜰 아래 돌덩이를 가리키며 말씀하셨다.
“말해 보게,이 돌이 마음 안에 있는가 마음 밖에 있는가?”
“ 마음 안에 있습니다.”
“ 행각하는 사람이 무슨 이유로 한 덩이 돌을 마음에 두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