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4 - 선림고경총서 - 12 - 임제록.법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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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 임제록․법안록
그리고는 문득 법좌에서 내려와 버렸다.
2.
자방상좌(子方上座)가 장경 혜릉(長慶慧稜:854~932)스님으
로부터 찾아왔는데 스님은 장경스님의 게송을 들어 질문하였다.
“무엇이 만상 가운데 우뚝하게 드러난 몸이더냐?”
상좌가 불자(拂子)를 들자,스님은 말씀하셨다.
“그렇게 이해해 가지고서야 어떻게 깨치겠느냐?”
“ 스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무엇을 만상이라 하느냐?”
“ 옛사람은 만상을 들추어내지 않습니다.”
“ 만상 가운데 우뚝 드러난 몸,무슨 부정을 하고 말고가 있
겠느냐?”
자방상좌는 여기서 활연히 깨닫고 게송을 지어 바치며 마음
으로 귀의하였다.이로부터 제방의 회상에서 알음알이를 떨어버
리지 못한 자들[知解者]이 쏠리듯 찾아왔다.처음에는 떠날 듯이
하다가도 스님이 가만히 일깨워 주니 모두들 점점 속으로 받아
들였다.그리하여 법회에 참례하는 대중들이 항상 천 명을 밑돌
지 않았다.
3.
대중들이 오래 서 있자 이윽고 말씀하셨다.
“이렇게 있다가 그냥 흩어진다 해도 불법 도리가 있겠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