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5 - 선림고경총서 - 12 - 임제록.법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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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록 165


            한번 말해 보아라.없다면 여기에 와서 무엇을 할 것이며,있다
            면 사람이 바글대는 큰 시장 속에도 있을 텐데,무엇 때문에 기

            어코 여기까지 찾아왔느냐?


               여러분은 각자  환원관(還源觀), 백문의해(百門義海), 화
            엄론(華嚴論) , 열반경(涅槃經)  등 많은 책자를 보았을 것이다.
            그 중 어느 교(敎)에 이런 경계가 있더냐?있었다면 한번 꺼내
            보아라.이런 경 속에 이런 말씀이 있는데 바로 그런 경계가 아

            닐는지요라고.그렇다 한들 무슨 관계가 있겠느냐.
               그러므로 심오한 말씀이 마음에 머무르면 항상 알음알이의
            바탕이 되고,실다운 이치가 눈앞에 버티고 있으면 도리어 명상

            (名相)의 경계로 뒤바뀐다고 하였다.
               자,어떻게 해서 뒤바뀔 수 있겠느냐.뒤바뀔 수 있다면 다시

            어떻게 해야 바로 될 수 있겠느냐.알겠느냐?그런 식으로 책만
            외우고 있지 말아라.무슨 소용이 있으랴.”
               그러자 한 스님이 물었다.

               “어떻게 드러내면 도에 부합할 수 있겠습니까?”
               “ 너 드러내어 도에 부합하지 않은 적이 언제였더냐.”
               “ 여섯 감관[六處]에서 소리를 알아듣지 못할 때는 어떻습니

            까?”
               “ 너의 집 권속은 한 떼나 되는구나.”

               스님은 다시 말하였다.
               “어떻게 해야 알겠느냐.이렇게 질문하는 바로 이것이 그대
            가 말한 ‘여섯 감관이 소리를 알아듣지 못한다는 것이 아니겠느

            냐’고 말하지 말라.눈[眼處]으로는 소리를 듣지 못하고,귀[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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