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6 - 선림고경총서 - 14 - 조동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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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부터 입실(入室)하여 여러 해를 지내다가 떠나겠다고 하
직하자 동산스님은 드디어 동산(洞山)의 종지를 가만히 전수하
고 다시 물었다.
“어디로 가려는가?”
“ 변하지 않는 곳으로 가겠습니다.”
“ 변하지 않는 곳에 어떻게 감[去]이 있으랴.”
“ 간다 해도 변할 것이 없습니다.”
그리고는 조계(曹谿)로 가서 육조(六祖)의 탑에 절하고 길수
(吉水)로 돌아갔더니 대중들이 스님의 명성을 듣고 개법을 청하
였다.스님께서는 육조를 흠모하여 그 산을 조산(曹山)이라 이름
하였다.
마침 난리를 만나 의황(宜黃)으로 갔더니 거사 왕약일(王若一)
이 하왕관(何王觀)을 희사하여 스님께 주지(住持)하시기를 청하
였다.스님께서는 하왕(何王)을 하옥(荷玉)으로 고쳤는데,이때부
터 법석(法席)이 크게 일어나 학인들이 구름처럼 모여드니,동산
의 종풍이 스님에 와서 널리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