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7 - 선림고경총서 - 15 - 운문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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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록 上 77
“한번 흩어 깨끗이 다 없어졌을 땐 어찌합니까?”
“ 네까짓게 노승을 어찌하겠다는 거냐?”
“ 이것은 스님의 몫[分上]입니다.”
“ 이 사기꾼아.”
“ 무엇이 도입니까?”
“ 그 한 글자도 확실하게 벗어나는 것이다.”
“ 확실하게 벗어난 뒤엔 어떻습니까?”
“ 천리에 다 같은 바람이다.”
“ 옛사람이 ‘지극한 법칙[極則]이라는 것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고 하였습니다.무엇이 지극한 법칙입니까?”
“ 내 손안에 있는 데야 어찌하겠느냐?”
“ 저는 지극한 법칙을 물었습니다.”
스님은 방망이로 딱 때리며 말씀하셨다.
“음음[吽吽].정작 쳐부수어야 할 때 가서 더 자세히 설파해 달
라 하니,이런 놈은 가는 곳마다 법통을 어지럽힐 줄만 안다.이리
가까이 오너라.내 한마디 묻겠다.평소에 길다란 선상에 앉아서
향상이니 향하니 불조를 뛰어넘는 일이니를 헤아리는데,그렇다면
말해 보라.물소[水牯牛]에게도 불조를 뛰어넘는 도리가 있는지를.”
“ 방금 누군가가 묻지 않았습니까?”
“ 이런 것은 길다란 선상 위에서 배운 것이다.있으면 있다 하
고 없으면 없다 하고 말하지 말라.”
“ 털 뒤집어쓰고 뿔 달린 축생이면 어떻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