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3 - 선림고경총서 - 15 - 운문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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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록 上 73
20.
상당하여 말씀하시기를,“천친(天親)보살은 까닭 없이 밤나무
주장자를 하나 만들어냈다”하고는 땅을 한 번 긋고,“항하수 모
래알같이 많은 부처님이 모조리 이 속에서 어지러운 설법을 하고
있구나”하고는 바로 법좌에서 내려왔다.
21.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나는 그대들과 편안하게 지내면서 누군가를 만나면 누구라고
알아본다.노파심으로 이토록 자세히 설명해 주어도 모르니,매일
같이 배부르게 밥 먹고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무얼 찾느냐.이 망상
꾸러기들아.여기에 기대어 무엇을 하느냐?”
그리고는 주장자로 몽땅 쫓아냈다.
“여름도 끝물이라 가을로 들어서는군요.누군가 길을 막고 물
어 온다면 무어라고 대꾸할까요?”
“ 대중은 뒤로 물러나라.”
“ 무엇이 잘못되었습니까?”
“ 나에게 한 철 밥값을 돌려다오.”
“ 저는 얼마 전에야 이 법회에 찾아왔습니다.이곳 가풍은 어떻
습니까?”
“ 한마디 질문도 받지 않겠으니 어떻게 말하겠느냐?”
“ 시방국토 가운데 일승법(一乘法)이 있을 뿐이라 하니,무엇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