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8 - 선림고경총서 - 15 - 운문록(상)
P. 78
78
“그대가 말만 배운 부류임을 이제 알겠다.”
그리고는 다시 말씀하셨다.
“이리 좀 와 보아라.내 다시 묻겠다.그대들은 주장자를 걸머
지고 나는 참선하여 도를 배우노라 하면서 불조를 뛰어넘는 도리
를 찾는다.내 우선 그대에게 묻겠다.하루종일 행주좌와하고 오
줌․똥 싸는 일과 거름 구덩이의 벌레,양고기 파는 시장의 탁자
에 이르기까지 불조를 뛰어넘을 만한 도리가 있더냐?말할 수 있
으면 나오너라.없다면 내 앞에서 거리적거리지나 말아라.”
그리고는 법좌에서 내려왔다.
이제 막 찾아오는 한 스님을 보더니 이렇게 말씀하셨다.
“얼음 녹듯 기왓장 부서지듯 하는구나.”
“ 제게 무슨 잘못이 있습니까?”
“ 일곱 방망이로 열셋을 대적하는구나.”
“ 무엇이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 길다란 선상에 죽도 있고 밥도 있다.”
“‘ 도에는 옆길이 없어 거기 선 사람은 모두 위태롭다’한 옛사
람의 말씀을 들었습니다.도라는 것이 무엇입니까?”
“ 운력이나 해라.”
“ 어떤 것이 3승교(三乘敎:교학의 총칭)밖의 한마디입니까?”
“ 그대의 한마디 질문에 노승은 3천 리를 펄쩍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