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 - 선림고경총서 - 18 - 조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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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조주록 상
을 보고는 불쑥 물었다.
“어디서 왔느냐?”
“ 서상원(瑞像院)에서 왔습니다.”
“ 상서로운 모습[瑞像]은 보았느냐?”
“ 상서로운 모습은 보지 못하였습니다만 누워 계신 여래를 보옵
니다.”
남전스님은 이에 벌떡 일어나 물었다.
“너는 주인 있는 사미냐,주인 없는 사미냐?”
“ 주인 있는 사미입니다.”
“ 누가 너의 주인이냐?”
“ 정월이라 아직도 날씨가 차갑습니다.바라옵건대,스님께서는
기거하심에 존체 만복하소서.”
남전스님은 이에 유나(維那)를 불러 말씀하셨다.
“이 사미에게는 특별한 곳에 자리를 주도록 하라.”
스님께서는 구족계를 받고 난 다음,은사스님이 조주(曹州)의 서
쪽 호국원(護國院)에 계시다는 소식을 듣고 그곳으로 돌아가 은사
스님을 찾아뵈었다.스님이 도착하자 은사스님은 사람을 시켜서 학
씨에게 알렸다.
“귀댁의 자제가 행각을 마치고 곧 집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학씨 집안 친척들은 몹시 기뻐하며 다음날을 기다렸다가 함께
보러 가기로 하였다.스님께서는 이를 듣고 말씀하셨다.
“속세의 티끌과 애정의 그물은 다할 날이 없다.이미 양친을 하
직하고 출가하였는데 다시 만나고 싶지 않다.”
그리고는 그날 밤으로 짐을 챙겨 행각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