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 - 선림고경총서 - 18 - 조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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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조주록 상
씀하셨다.
“대왕께서는 주위사람이 많은데 어찌 노승더러 설법하라고 하십
니까?”
이에 주위사람에게 명하여 스님 주변에서 물러나게 하였다.문
원(文遠)이라는 사미가 있다가 큰소리로 말하였다.
“대왕께 아룁니다.그 주위사람이 아닙니다.”
그러자 대왕이 물었다.
“어떤 주위사람 말입니까?”
“ 대왕에게는 존호(尊號)가 많아서 스님께서는 그 때문에 설법하
시지 못하는 것입니다.”
연왕이 말하였다.
“선사께서는 이름 따위는 개의치 마시고 설법해 주십시오.”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러므로 대왕께서는 아십시오.과거세의 권속은 모두가 원수
입니다.우리 부처님 세존의 명호는 한 번만 불러도 죄가 소멸하고
복이 생기는데,대왕의 선조들은 사람들이 이름을 입에 담기만 해
도 금방 성을 냅니다.”
스님은 자비롭게도 지치는 줄 모르고 많은 설법을 하셨다.그때
두 대왕은 머리를 조아리고 찬탄하며 존경해 마지않았다.
다음날 두 왕이 돌아가려고 하는데,연왕 휘하의 선봉장이 스님
이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임금에게 오만하게 대
하였음을 힐책하기 위하여 새벽에 절 안으로 들어왔다.스님께서
이 말을 듣고 나가서 영접하니 선봉장이 물었다.
“어제는 두 대왕이 오는 것을 보고도 일어나지 않으시더니,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