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 - 선림고경총서 - 18 - 조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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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조주록 상


               “입으로 들이마시지 않으면 콧구멍으로 들이마시겠군.”
               그 스님이 스님(조주)께 물었다.
               “태고적 개울에 찬 샘이 솟을 때는 어떻습니까?”
               “ 쓰다[苦].”

               “ 마시는 이는 어떻습니까?”
               “ 죽는다.”
               설봉스님은 스님의 이 말을 듣고 찬탄하였다.
               “옛 부처님이시다,옛 부처님이시다!”

               설봉스님은 이런 일이 있은 뒤로 학인들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
            았다.


               그 뒤로 한번은 하북(河北)의 연왕(燕王)이 군사를 이끌고 진부

            (鎭府)를 점령하기 위하여 경계까지 이르렀는데,기상(氣象)을 보는
            사람이 아뢰었다.
               “조주 땅은 성인이 사는 곳이라 싸우면 반드시 패할 것입니다.”
               연왕과 조왕(趙王)은 연회를 베풀고 싸우기를 그만두었다.그리

            고는 연왕이 물었다.
               “조나라에 훌륭한 분이 누구인가?”
               어떤 사람이 말하였다.
               “화엄경을 강의하는 대사님이 계시는데,절개와 수행이 높으십

            니다.만약 그 해에 큰 가뭄이 들어 모두 오대산에 가서 기도해 주
            시기를 청하면,대사께서 돌아오기도 전에 감로 같은 비가 억수처
            럼 쏟아져 내립니다.”
               이에 연왕은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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