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5 - 선림고경총서 - 18 - 조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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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행 장 25
늘은 어째서 제가 오는 것을 보고 일어나서 맞아 주십니까?”
“ 그대[都衙]가 대왕만 같다면 노승도 일어나 맞이하지는 않을
것이오.”
선봉장은 이 말을 듣고 스님께 두 번 세 번 절하고 물러갔다.
그 뒤 조왕은 사신을 보내 스님을 모시고 공양 올리고자 하였
다.스님께서 성문에 다다르자 온 성안이 모두 예의를 갖추고 영접
하였다.스님께서 성안에 들어와 보배수레에서 내리자마자,왕은
절을 올리고 스님께 전각[殿]의 가운데 자리에 앉으시라고 청하였
다.스님께서는 한참을 잠자코 있다가 이마에 손을 대고 내다보면
서 말하였다.
“계단 아래 서 있는 이들은 무엇을 하는 분들입니까?”
주위사람들이 말하였다.
“여러 절의 노스님들과 대사 대덕들입니다.”
“ 저 분들도 각기 한 지방을 맡아 가르침을 펴는 분들인데,그
분들이 계단 아래 서 있다면 노승도 일어나겠습니다.”
그러자 왕은 모두 전각 위로 오르도록 하였다.
이 날 법회[齋宴]가 끝나려고 할 때,승려든 관원이든 위로부터
아래까지 차례차례 한 사람이 질문 하나씩을 하도록 하였다.
한 사람이 불법에 대해 묻자 스님께서는 그를 바라보면서 물었
다.
“무얼 하는 건가?”
“ 불법을 묻고 있습니다.”
“ 이미 여기에 앉아 있는데,노승에게 무슨 법을 묻는 건가?두
부처님은 함께 교화하지 않는 법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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