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9 - 선림고경총서 - 22 - 나옹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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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주수좌(一珠首座)에게 주는 글
이 큰 일을 기필코 해결하려거든 반드시 큰 신심을 내고 견고
한 뜻을 세워,지금까지 배워서 안 불법에 대한 견해를 싹 쓸어
큰 바닷속에 버리고 다시는 꺼내지 말아야 한다.그리고 8만 4천
의 미세한 생각을 한번 앉으면 그 자리에서 끊어 버리고,그저 하
루종일 행주좌와하는 중에 한 스님이 조주스님에게 ‘개에게도 불
성이 있습니까?’하고 물었을 때 조주스님이 ‘없다[無]’고 하였던
화두를 들어야 한다.
여기서 마지막 한마디 힘을 다해 들되,언제나 들고 언제나 움
켜잡으면,움직이거나 고요한 가운데서 들지 않아도 저절로 들리
고 자나깨나 늘 의심하지 않아도 저절로 의심이 될 것이다.그 경
지에 이르러서는 그저 때만 기다려라.
혹 들어도 냉담하고 전연 재미가 없어 말참견할 곳도 없고 힘
쓸 데도 없으며,알아지는 곳도 없고 어찌할 수가 없더라도 부디
물러서지 말라.그때야말로 바로 사람이 힘을 붙일 곳이요 힘을
덜 곳이며,힘을 얻을 곳이요 신명을 놓아버릴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