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4 - 선림고경총서 - 22 - 나옹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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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나옹록


               육도중생에게 설법하다



               스님께서 자리를 펴고 앉아 죽비를 가로 잡고 한참을 잠자코
            있다가 말씀하셨다.
               “만일 누구나 부처의 경계를 알려 하거든,부디 마음[意]을 허

            공처럼 깨끗이 해야 한다.망상과 모든 세계를 멀리 떠나고,어디
            로 가나 그 마음 걸림이 없게 해야 한다.승하하신 대왕 각경선가
            를 비롯하여 6도에 있는 여러 불자들은 과연 마음을 허공처럼 깨

            끗이 하였는가.그렇지 못하거든 이 주해를 더 들으라.
               이 정각(正覺)의 성품은 예로부터 지금까지,위로는 모든 부처
            에서 밑으로는 여섯 범부에 이르기까지 낱낱에 당당하고 낱낱에

            완전하며,티끌마다 통하고 물건마다 나타나 닦아 이룰 필요 없이
            똑똑하고 분명하다.지옥에 있는 이나 아귀에 있는 이나 축생에

            있는 이나 아수라에 있는 이나 인간에 있는 이나,천상에 있는 이
            나,다 지금 부처님의 가피를 입어 모두 이 자리에 있다.각경선
            가와 여러 불자들이여!”

               죽비를 들고는 “이것을 보는가”하고는 한 번 내리치고 말씀하
            셨다.

               “이 소리를 듣는가.분명히 보고 똑똑히 듣는다면 말해 보라.
            결국 그것은 무엇인가.”
               한참을 잠자코 있다가 말씀하셨다.

               “부처님 얼굴은 보름달 같고,해 천 개가 빛을 놓는 것 같다.”
               죽비로 향대를 한 번 내리치고는 자리에서 내려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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