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3 - 선림고경총서 - 22 - 나옹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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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송 173
집착하고 집착하면서 집착하지 않으면
세간에 있어도 자유로우니 그가 바로 보살이라.
이 마음구슬은 붙잡기 어려우니
분명하고 영롱하나 붙잡기 어려움이여
형상도 없으면서 형상을 나타내고
가고 옴에 자취 없어 헤아릴 수 없구나.
쫓아가도 따르지 못하는데 갑자기 스스로 온다
잠시 서천에 갔다가 눈 깜짝할 사이에 돌아옴이여
놓아버리면 허공도 옷 안에 드는데
거둬들이면 작은 티끌보다 쪼개기 어렵다.
헤아릴 수 없어라 견고한 그 몸이여
석가모니는 그것을 제 마음의 왕이라 불렀나니
그 작용이 무궁무진한데도
세상 사람들 망령되이 스스로 잊는구나.
바른 법령 시행되니 누가 그 앞에 서랴
부처도 마구니도 모조리 베어 조금도 안 남기니
그로부터 온 세계에 다른 물건 없고
강에는 피만 가득하여 급히 흐른다.
눈으로 보지 않고 귀로 듣지 않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