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4 - 선림고경총서 - 22 - 나옹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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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 나옹록
보도 듣도 않음이 진짜 보고 들음이라
그 가운데 한 알의 밝은 구슬 있어서
토하거나 삼키거나 새롭고 새로워라.
마음이라고도 하고 성품이라고도 하는데
마음이든 성품이든 원래 반연의 그림자라
만일 누구나 여기에 의심 없으면
신령스런 자기 광명 언제나 빛나리.
도(道)라고도 하고 선(禪)이라고도 하나
선이나 도란 원래 억지로 한 말이거니
비구니도 여인으로 된 것임을 진실로 알면
걸음을 옮겨 저곳으로 갈 수고는 없으리.
부처도 없고 마구니도 없으니
마구니도 부처도 뿌리 없는 눈[眼]속의 헛꽃인 것을
항상 일용(日用)하면서도 전혀 아무 일 없으나
신령한 구슬이라 하여도 나무람을 받으리.
죽음도 없고 남도 없이
항상 비로자나의 정수리를 밟고 다니며
때에 맞게 거두거나 놔주니
자재하게 들고 씀에 골격이 맑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