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7 - 선림고경총서 - 22 - 나옹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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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송 177


               취한 눈으로 꽃 보는 일 누가 구태여 하겠는가
               도에 깊이 사는 이라야 스스로 지킨다.



               이 누더기로 몇 해를 보내는지 아는가
               반쯤은 바람에 날아가고 반쯤만 남았구나

               서리치는 달밤,띠풀 암자의 초암에 홀로 앉았으니
               안팎을 가릴 수 없이 모두가 깜깜[蒙頭]하다.



               이 몸은 가난하나 도는 끝없어
               천만 가지 묘한 작용은 다함없어라
               누더기에 멍충이 같은 이 사람을 비웃지 말라

               선지식 찾아 진실한 풍모를 이었으니.



               헤진 옷 한 벌에 가느다란 지팡이 하나로
               천하를 횡행해도 안 통할 것 없었네
               강호를 두루 다니며 무엇을 얻었던고

               알고 보니 배운 것이라곤 단지 빈궁뿐이라.



               이익도 구하지 않고 이름도 구하지 않아
               누더기 납승,가슴이 비었거니 무슨 생각 있으랴
               발우 하나의 생활은 어디 가나 족하니

               그저 이 한 맛으로 남은 생을 보내리.


               만족한 생활에 또 무엇을 바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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