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9 - 선림고경총서 - 23 - 인천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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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冥樞會要)라고 이름지으니 세상에 널리 퍼졌다.후세에 이 두
분 노스님이 없었다면 총림은 숭상할 바가 없었을 것이다.오래된
학인은 날로 속스럽고 게을러져서 입을 다물고 말하지 않을 것이
며 늦게 온 사람은 날로 숨이 막혀 공연히 근거 없는 말만 할 뿐
일 것이니 무엇으로 이 책을 알 것이며 그 뜻을 논하고 음미할 수
있겠는가.설사 아는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크게 마음에 두지 않
고 그저 조사의 교외별전이거니 불립문자거니라고만 생각할 것이
니 어찌 문자의 속까지를 찌를 수 있겠는가.그런 이들은 달마 이
전 마명(馬鳴)과 용수(龍樹)도 역시 조사였으나 논을 쓸 때는 백
가지 경의 이치를 아울렀고,광범위하게 보려 할 때는 용궁의 책
까지도 빌려다 보았으며 달마 이후에 관음 대적(觀音大寂:馬祖道
一)․백장 회해(百丈懷海)․황벽 희운(黃檗希運)같은 분도 역시
조사였지만 모두 3장(三藏)을 치밀하게 연구하고 모든 종파를 널
리 공부하였다는 사실을 전혀 생각지 못하는 것이다.지금 그 분
들의 어록이 모두 남아 있어 가져다 볼 수 있는데 어찌하여 달마
만을 이야기하는가.
성인의 세상이 멀어질수록 중생의 근기가 낮아져 뜻과 생각이
치우치고 짧다.도를 배우는 일이 간단한 것이라고는 하나 그 일
을 하는 사람이 앉아서 이루려 한다면 그것은 마치 농부가 밭 갈
고 김매는 일은 게을리하면서 침을 흘리며 밥 먹는 것만 쳐다보
는 것과 같으니 웃을 일이다.
영명선사는 늘 이렇게 발원하였다.
“널리 발원하옵니다.시방 모든 학인과 뒤에 오는 현인들이 도
는 부자가 되고 몸은 가난하며,정(情)은 성글고 지혜는 빈틈없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