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4 - 선림고경총서 - 23 - 인천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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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 인천보감
경론도 묘한 도리를 다하지는 못했다.요즘 듣자니 달마(達磨)대사
가 소림사(少林寺)에 머무르고 있다고 하는데,도인이 멀지 않은
곳에 있으니 거기 가서 현묘한 경계에 도달해야 되겠다.”
마침내 그곳으로 가서 새벽에서 밤까지 찾아뵈었으나 대사는
단정히 앉아서 벽만 마주보고 있을 뿐이었다.스승의 가르침이라
고는 한마디도 듣지 못하자 신광은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였다.
“옛사람은 도를 구하기 위해 뼈를 두들겨 골수를 냈고 몸을 내
던져 게송을 들었다 하니 옛사람도 이렇게까지 했는데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인가?”
그 해 12월 9일 밤에는 큰 눈이 내렸다.신광은 뜰 가운데 서
있었는데,새벽이 되자 눈이 무릎까지 쌓이니 달마대사가 가엾게
생각하여 물었다.
“그대는 눈 속에 서서 무슨 일을 구하느냐?”
신광은 슬픈 눈물을 흘리며 말하였다.
“오직 자비로 감로문을 열어 널리 중생을 제도해 주시기 바랍
니다.”
“ 모든 부처님의 위없는 묘한 도는 오랜 겁을 부지런히 구해야
한다.하기 어려운 것을 해내야 하고 참기 어려운 것을 참아내야
하는데 그대는 어찌 작은 덕과 작은 지혜,경망스런 마음과 오만
한 마음으로 부처님의 진실된 가르침을 엿보려 하느냐?”
이에 신광은 가만히 날카로운 칼을 꺼내서 스스로 자기 왼팔을
잘라 스승 앞에 갖다 놓으니 달마는 그의 근기를 알아보고 마침
내 말하였다.
“모든 부처님도 처음 도를 구할 때는 법을 위해 자기 몸을 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