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8 - 선림고경총서 - 28 - 고애만록
P. 28
28
이 말에 종조암주는 송구스러워서 등줄기에 땀이 흘렀다.그
후로 문을 굳게 닫은 채 장삼이 누더기가 되도록 아무 데도 나가
지 않았다.그는 인품이 고고하였으므로 어느 누구도 가까이하거
나 멀리하지 못하였다.
2.산새 울음소리를 듣고/자혜 조파(慈慧祖派)선사
자혜 조파(慈慧祖派)선사는 온릉 장씨(溫陵張氏)자손이다.개원
(開元)나한사(羅漢寺)에서 삭발하고 문관서(文關西)스님의 법제자
인 종대여(宗岱餘)스님을 찾아가니 운문(雲門)스님의 이야기를 들
려주었다.
“한 스님이 운문스님을 찾아가 물었다.‘무엇이 올바른 법안[正
法眼]입니까?’‘보(普)!’또다시 물었다.‘무엇이 올바른 법안입니
까?’‘할(瞎:애꾸눈).’
그대는 이를 어떻게 이해하는가?”
이 말에 조파스님은 몸둘 바를 몰랐다.그 후 골똘히 사색에
잠겨 침식까지 잃었다.어느 날 밤,자정이 되도록 앉아 있다가
산새 소리를 듣고 깨달았다.이에 동이 트자마자 인가를 받으려고
종대스님을 찾아가 문에 들어서면서 고함을 질렀다.
“스님!”
“ 어찌 왔는가?”
“ 동쪽 집의 국자자루는 길고 서쪽 집의 국자자루는 짧습니다.”
“ 간밤에 미쳤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