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2 - 선림고경총서 - 28 - 고애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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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와 호구암(虎丘巖)에서 10여 년 간 살면서 ‘산거소영(山居小
            詠)’이라는 시를 지었는데,그 중 한 수는 다음과 같다.



                 어느 길손 찾아와 비밀한 이치 물으니
                 깊은 숲 속 산새는 마냥 지저귀는구나
                 매우 분명한 이 뜻에
                 내 어이 또다시 허튼 말을 지껄이랴.
                 客來詢秘密 幽鳥語聲喧

                 此意分明甚 何消我再言


               가정(嘉定:1208~1224)연간에 군수가 그를 동탑사(東塔寺)로

            초청하였으나 산문을 나가지 않았으며,서향사(瑞香寺)로 옮겨 살
            때 동암스님의 입적 소식을 듣고서 애도를 표하고 분향한 후 말
            하였다.



                 이제껏 풍채 펴고 강 건너에 놀더니만
                 어느덧 업풍(業風)이 명주고을에 불어왔네
                 거센 놈도 겨루었던 우직한 그 노인이

                 독수에 걸려 재앙을 만나다니
                 맹호가 뛰쳐나와도 두려워하지 않고
                 독사가 가로막아도 겁내지 않았다네

                 허공이 맞부딪치니 불꽃이 튀고
                 총림에는 나쁜 소문만 퍼졌네
                 죽음 속에서 다시 살아 돌아온다는 건

                 냉정히 생각하니 참으로 어려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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