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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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암잡록 上 29



                                   산암잡록 上
















               1.말후구(末後句)/보엽 묘원(寶葉妙源)스님


               정수사(定水寺)보엽(寶葉妙源)스님은 사명(四明)사람이다.경

            산사(徑山寺)허당(虛堂智愚:1185~1269)스님에게 공부하였는데,
            선문 화두에 깨치지 못한 바 있으면 반드시 공부 많이 한 이에게

            묻고,깨닫기 전에 그만두는 일이 없었다.
               어느 날 허당스님을 찾아가 물었다.
               “덕산(德山)스님의 말후구(末後句)를 만일 있다고 한다면 어찌

            하여 덕산스님께서 알지 못하였으며,만일 없다고 한다면 암두(岩
            頭)스님은 어찌하여 ‘덕산스님은 알지 못했다’고 말하였습니까?*
                                                                        1)


            *덕산스님이 어느 날 공양이 늦어지자 손수 바리때를 들고 법당으로 갔다.공양주
              이던 설봉스님이 이것을 보고 “이 노장이 종도 치지 않고 북도 울리지 않았는데
              바리때를 들고 어디로 가는가?”하니 덕산스님은 머리를 푹 숙이고 곧장 방장실
              로 돌아갔다.암두스님이 이 말을 듣고 “보잘것없는 덕산이 말후구(末後句)를 몰
              랐다”하였다.덕산스님이 암두스님을 불러 “네가 나를 긍정치 않느냐?”하니 암
              두스님은 은밀히 자기 생각을 말했다.그 다음날 덕산스님이 법상에 올라 법문을
              하는데 그 전과 달랐다.암두스님이 손뼉을 치고 크게 웃으며 “기쁘다.늙은이가
              말후구를 아는구나.앞으로 천하사람들이 어떻게 할 수 없으리라.그러나 3년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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