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3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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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암잡록 上 33


            감사하다고 하였다.이에 화염이 휩싸이는 곳마다 많은 사리가 나
            왔는데 주의경은 이 소식을 전해 듣고 경탄해 마지않아 그를 위

            해 영암사에 사리탑을 세우고 시를 지어 그를 애도하였다.




               3.원(元)의 침입에 맞서 송(宋)나라 사람의 절개를 지키다/
                                                    가공 설옥(珂公雪屋)스님



               원나라 병사가 강남 땅을 침략했을 때 금산사 현묵암(賢黙菴)

            스님은 백안(伯顔:元將)의 협박으로 그의 막사에 머무르게 되었
            으며 그를 따라 무림(武林)에 이르렀다.당시 중축사(中竺寺)의 가
            공 설옥(珂公雪屋:薰石田의 法嗣)스님은 송나라가 망하자 곧바로

            사원의 직책을 그만두었다.묵암스님은 가공스님을 잘 아는 사이
            이며 또한 그의 도행을 존경해 온 터였다.이 때문에 백안에게 가
            공스님을 영은사의 주지로 승진시켜 주기를 청하고,묵암스님 자

            신이 임명장을 가지고 가공스님의 문을 두드리니 가공스님은 빗
            장을 뽑아 얼굴을 반쯤 내밀고 물었다.
               “너는 누구냐?”

               “ 스님의 옛 친구 묵암이오.”
               이에 가공스님은 빗장을 걸면서,‘나는 너를 모른다’고 하였다.

            가공스님은 비록 세속 밖에 살면서도 스스로 충절을 지켜 영은사
            주지로 임명됨을 달갑게 여기지 아니하고 이처럼 단호히 거절하
            였던 것이다.당시 가공스님의 문하에 한 수좌가 있었는데 그의

            나이 80여 세였다.그는 ‘송나라에서 태어나 송나라에서 늙은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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