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2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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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대방스님이 화스님이 앉아 있는 나무 의자를 가리키면서,‘그

            것만으로도 또한 넉넉하다’고 하자 화스님은 그의 말에 따라 의자
            를 주었다.14일 이른 새벽에 일어나 법당 위로 올라가 대중스님
            과 영결을 고하고 또다시 게송을 읊었다.



                 나의 전신은 본디 석교의 승려라
                 이 때문에 인간에게 사랑과 미움을 나누었지
                 사랑과 미움이 다한 때 온전한 바탕 드러나
                 무쇠 뱀이 불 속에서 얼음덩이를 씹는구나.

                 前身本是石橋僧 故向人間供愛憎
                 憎愛盡時全體現 鐵蛇火裡嚼寒冰


               드디어 마른 나뭇가지를 소매 속에 넣고 나무더미 위로 올라가

            앉은 후 스스로 불을 지펴 빨간 불길이 치솟아 올랐으나 그 불길
            속에서도 태연히 향을 사르며 축원하였다.



                 신령한 싹은 음양의 종자에 속하지 않으니
                 그 뿌리는 원래 겁 밖에서 왔다오
                 편안히 쉰 자리에서 몸소 설파한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불 속에다 옮겨 심을 수 있겠는가.
                 靈苗不屬陰陽種 根本元從劫外來

                 不是休居親說破 如何移向火中栽


               스님은 화스님에게 염주를 건네주면서 마지막 부탁을 들어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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