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1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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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암잡록 上 31


               2.죽을 날을 받아놓고/인 대방(因大方)스님



               평강(平江)정혜사(定慧寺)의 주지 인 대방(因大方)스님은 천태
            (天台)사람으로 고림(古林淸茂)스님의 법제자이다.자질구레한 일
            에 얽매이지 않고 활달자재하였으며 군수 주의경(周義卿)과 친분

            이 있었다.대방스님이 절 일을 그만두고 영암사(靈岩寺)화(華)노
            스님 방에 머무르던 지정(至正)무술년(1358)9월 8일,주의경이

            공무가 있어 사찰을 찾아가 스님을 방문하자 대방스님이 그에게
            말하였다.
               “나는 이 달 14일에 이 산에서 죽을 것이니 그대는 나를 위하

            여 이 사실을 증명해 주오.”
               주 군수는 장난이겠거니 생각하고 그러하겠노라고 답한 후 떠
            나갔는데 13일이 되자 게송을 주군수에게 지어 보냈다.



                 어제는 바위 앞에 땔감 주워 모아 놓고
                 오늘 아침 이 허깨비 몸 한 줌 티끌 되리라
                 어진 그대에게 정성껏 말하노니
                 하늘에 구름 걷히면 한 조각 달만 남겠지.

                 昨日巖前拾得薪 今朝幻質化爲塵
                 殷勤寄語賢候道 碧落雲收月一痕


               주의경은 이 게송을 받고서도 믿기지 않았다.이날 밤 화(華)스

            님에게,‘마른나무를 쌓아 놓고 앉을 자리 하나를 달라’고 청하자,
            화스님은 ‘마른나무야 말씀대로 드리겠지만 좌대는 없다’고 하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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