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0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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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님께서는 자비로운 마음으로 가르쳐 주십시오.”
               “ 나는 모르니 그대는 운(雲)수좌를 찾아가 물어보도록 하라.”

               이에 스님은 운수좌에게 물어보러 갔는데,마침 운수좌는 산에
            서 돌아와 발을 씻으려고 물을 찾던 중이었다.스님은 재빨리 물
            을 가져다 드리고는 몸을 굽히고 손을 내밀어 운수좌의 발을 씻

            겨 주면서 고개를 들어 물었다.
               “덕산스님의 말후구에 대하여 저는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수좌께서 가르쳐 주시기 바랍니다.”

               운수좌는 느닷없이 발 씻으려던 물을 양손으로 그에게 끼얹으
            며 말하였다.
               “무슨 말후구가 있단 말이냐?”

               스님이 그의 뜻을 알지 못하고 이튿날 허당스님을 찾아보니 허
            당스님이 물었다.

               “내 그대에게 운수좌를 찾아가 말후구를 물어보라 하였는데 그
            가 무어라 말하던가?”
               “ 화상의 말씀대로 물어보았더니 그가 발 씻은 물을 나에게 끼

            얹었습니다.”
               “ 다른 말은 하지 않던가?”

               “ 무슨 말후구가 있느냐고 했을 뿐입니다.”
               “ 그렇지!내 너에게 말하여 주리라.그는 깨달은 자라고.”
               스님은 이 말에 의심이 풀리게 되었다.운수좌는 바로 한극(閑

            極)화상으로 허당스님의 수제자이며 높은 수행을 닦아 호구사의
            주지를 지내다가 돌아가셨다.

              로다”하였다.과연 3년 후 돌아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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