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2 - 선림고경총서 - 31 - 원오심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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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니까.
그러므로 방을 하고,할을 하며,나무공을 굴리고,집게를 높이
들며,‘차 마시게’하고,‘북 칠 줄 아는군’하며,가래삽을 꽂고
소를 치고 경계와 지혜를 나타내며,자리에 앉아 문을 닫아걸고,
되돌려 불러서 혀를 차며 꾸짖고 따귀를 치며 짓밟기도 하는 이
런 것들이 다 ‘이것’아님이 없었습니다.
본색납자만이 자기가 투철히 깨닫고,다시 대종사의 악독한 솜
씨를 만나 걸러내고 단련하였던 것입니다.사람을 무는 사자의 경
지에 도달하여 이것저것 가림[藥忌]을 따르지 않고 툭 트인 곳에
단도직입하여서야,한 번 거량하면 바로 귀결점을 알게 됩니다.
이는 마치 사자가 굴에 들고나며 땅에서 몸을 되날리는 것과도
같은데,어떤 사람이 그것을 헤아리겠습니까.
이 종문에서는 진흙탕 속에 끌고 다니고 물에 띄우며 잡초 속
에 구르거나,언어문자를 짓거나,눈이 어두워 세 번 찌르며 불러
도 되돌아보지 않는 자는 논하지도 않습니다.오직 팔면으로 적을
맞으면서 들기 전에 이미 알고 말하지 않아도 먼저 계합하여,물
에 우유 섞이듯 자연히 서로 합치하여 자리에 앉아서 옷을 입으
며,순수하게 길러서 서리와 이슬을 맞고 과일이 익기를 기다렸다
가 나오기만 하면 바로 이처럼 작용할 수 있어야만,비로소 선대
조사가 근본 발심수행할 때,한바탕의 불사를 행했던 데에 합당할
수 있습니다.그 때문에 “이러한 일을 궁구하려 한다면 반드시 이
러한 사람이라야만 한 것이요,이러한 사람이라면 이러한 일을 근
심하지 않는다”고 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