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7 - 선림고경총서 - 31 - 원오심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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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오심요 下 157


            밖으로 치달려,오랫동안 이렇게 위위당당하고 덕스러운 빛이 있
            는 줄을 스스로 믿지 못했을 뿐입니다.

               오직 총명하고자 힘쓰고 지견을 세우는 데만 힘써서,업혹(業
            惑)속에 빠져 있으면서도 자기가 출중하다고 여기고 터득한 바를
            가지고 현학적으로 뽐냅니다.인간 세상에서 익힌 바 고금의 것들

            을 널리 연구하고 관찰하여 그것을 궁극의 공부라고 말하나 반딧
            불이 태양에 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조금도 몰랐다 하겠습니다.
               그러므로 걸출했던 옛 분들은 영민하게 훌쩍 벗어난 성품들을

            가졌습니다.가까운 예로 배상국․양대년 같은 분들은 온 마음을
            다해 놓아버리고 종사에게 가서 결택을 받았습니다.그리하여 티
            끌같이 들뜬 지견을 깎아 버리고 철저히 크게 깨달아,비로소 훌

            쩍 뛰어넘어서 노련하고 뛰어난 선객들의 숭고한 행과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그렇게 실천하다가 합당히 납월 삼십 일에 다다르면

            스스로 손을 놓아버릴 줄 알아서 큰 해탈을 증득해 냈으니,어찌
            작은 일이겠습니까.
               지금 그대는 총명 민첩함이 과거의 선배들 못지 않은데 평소에

            쌓은 학업과 재주는 세상길을 매진해 가는 것이었습니다.오랜만
            에 종문에 이런 인연이 있음을 알긴 했으나 “내가 숭상하는 데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말하여 전혀 관심을 두지 않으신 것입니다.
            그러다가 숙세의 큰 인연 때문에 구봉(歐峰)에서 서로 만나 일 년
            이 넘도록 함께했습니다.

               한 번 거량함을 듣자 즉시 깊은 믿음을 일으켜서 회광반조하여
            인간세를 되돌아보면 마치 꿈 같고 허깨비 같아서 큰 변화를 따
            라 꺼져 버리니,허망할 뿐입니다.천 겁토록 파괴되지 않고 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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