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0 - 선림고경총서 - 31 - 원오심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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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력으로 도를 배우면 흙 위에 진흙을 더하고 눈 속에 모래를 뿌리
            는 격이어서,더더욱 곤란해질 뿐입니다.

               혹시 의식을 쉬고 망상을 쉰다면 선하(禪河)의 물결이 그치고
            정수(定水)의 파도가 고요할 것입니다.힘쓰는 것을 버리고 도모하
            는 일을 쉰다면 그것이 바로 칠통팔달한 평탄한 대도입니다.

               그러므로 한 스님이 석두(石頭)에게 “어떤 것이 선입니까?”하
            고 묻자 “벽돌이니라”고 대답하였고,또 “어떤 것이 도입니까?”
            하니 “나무토막이다”하였던 것입니다.이 어찌 생각과 노력으로

            설명해 낼 수 있는 것이겠습니까.
               단박에 알아차려 흐름을 끊고 문득 꿰뚫어야만 선과 도가 분명
            합니다.여기서는 이해를 냈다 하면 천리 만리나 멀어질 것입니

            다.요컨대 지난날의 세간의 지혜․변론․총명을 단박에 놓아버
            리고 다 없애야만 자연히 여기 지극한 실제 경지에서 스스로 깨

            달아 증득하게 됩니다.그러나 깨달았다는 자취를 남기지 않고 단
            박에 현허(玄虛)하게 통달해야만 훌륭합니다.

               마대사[馬祖]는 일찍이  능가경(楞伽經)을 들어서 부처님의 말
            씀과 마음으로 종지를 삼고 무문(無門)으로 법문을 삼았습니다.그
            러면서 말하기를 “여러분은 부처님의 말씀과 마음을 알고 싶은가?

            여러분이 지금 하는 말이 마음이며,마음이 바로 부처다.그러므
            로 부처님의 말씀과 마음이 종지이며,이 종지는 무문(無門)이 법
            문이다”고 하신 것입니다.

               옛사람은 노파심이 지나쳐 이렇게 진흙탕 속으로 끌고 물에 띄
            웠습니다.한 번 거량하여 바로 꿰뚫으면 그래도 약간은 나은 편
            이지만,혹 의미나 이치를 캐는 경우라면 끝내 더듬어 보지도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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