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61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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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上 261
못한다.사람들은 극칙의 말씀이라고 말할 줄은 알지만,결국
극칙이 되는 까닭은 몰랐다.그러므로 설두스님은 “천하의 납승
들이 극칙으로 여기고 있네.다만 예나 제나 그렇게 알 뿐,따
오기는 희고 까마귀는 검은 것을 어찌 분별할 수 있으랴”고 했
던 것이다.비록 지금의 사람도 이처럼 답변하고 옛사람도 이처
럼 답변했다는 사실은 알지만 어떻게 검고 흰 것을 분별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설두스님은 또한 “모름지기 전광석화 속에
서 순식간에 따오기는 희고 까마귀는 검은 것을 분별해야 한
다”는 것이다.위의 공안은 이 이상 더 송할 필요가 없다.여기
에서 모두 결판났다.
그러나 설두스님은 스스로 자기의 뜻을 드러내어 생생하게
다시 그를 향하여 “도적아,도적아!납승의 콧구멍을 벌써 꿰었
구나”고 말하였다.삼계의 모든 부처님도 도적이고,역대의 조
사도 도적이다.그러나 훌륭한 도적으로서 사람의 눈동자를 뒤
바꾸면서도 솜씨를 노출시키지 않았던 사람은 오로지 조주스님
뿐이었다.말해 보라,조주스님이 훌륭히 도적질을 한 점은 무
엇일까?
“진주에는 큰 무가 나느니라.”
불과원오선사벽암록 권제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