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57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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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上 257


               납승이 오히려 두 겹 관문에 막혀 버렸구나.
                -이 사람을 꼼짝달싹 못 하게 했군.어떻게 구제할 수 있을까?백겹
                 천겹이구나.그렇지만 아직도 이리저리 돌아다닐 발이 있구나.

               가엾다.‘그를 따라가거라!’라는 한 구절이여!
                -천하의 납승들이 이처럼 계교를 하는군.천 구절 만 구절 할 필요가
                 없다.그의 다리를 끊어 버리기가 무엇이 어렵겠는가?
               만 리 밖에 홀로 애써 왔다갔다하는군.
                -업식(業識)이 꽉 차 있구먼.마주 지나쳤는데도 모르는구나.이는 괜
                 스레 짚신만 떨어뜨리는 짓이지.

               평창
                   설두스님이 상황에 딱 들어맞게 송을 하니,구절 속에서 몸
                 을 벗어날 곳이 있었다.“겁화의 불빛 속에 질문을 던지니,납
                 승이 오히려 두 겹 관문에 막혀 버렸다”고 하였는데,스님의 질
                 문에는 먼저 ‘부서지는가’,‘부서지지 않는가’를 생각하는 마음
                 이 있었다.이것이 ‘두 겹 관문’이다.깨친 사람이라면 ‘부서진

                 다’말해도 몸을 벗어날 곳이 있으며,‘부서지지 않는다’말해
                 도 몸을 벗어날 곳이 있을 것이다.
                   “가엾다.‘그를 따라가거라!’라는 한 구절이여!만 리 밖에 홀
                 로 애써 왔다갔다하는군”이라고 한 것은,그 스님이 이를 가지
                 고 투자스님에게 묻고 또다시 대수스님에게 되돌아왔던 것을
                 송한 것이다.이는 “만 리 밖에 애써 왔다갔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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