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56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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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촉 대수산에서 왔습니다.”
“ 대수스님은 무슨 소리를 하던가?”
스님이 앞에서 주고받은 말들을 이야기하자 투자스님은 향을
올리고 절을 올리면서 이르기를 “서촉 땅에 고불(古佛)이 출세
하였구나.그대는 속히 돌아가도록 하라”고 했다.이 스님이 다
시 대수산에 이르렀을 때는 대수스님은 벌써 돌아가신 뒤였다.
이 스님은 한바탕 수치를 겪었던 것이다.
그 후 당나라에 경준(景遵)이라는 스님이 있었는데,대수스님
에 대해 시를 지었다.
전혀 따로 법이 있는데
어느 누가 남종(南宗)혜능(慧能)을 인가하였다 하는가?
한 구절 ‘그를 따라가거라!’라는 말이여!
일천산사에 납승들을 치달리게 하는구나.
귀뚜라미는 섬돌의 풀잎에서 울고
귀신은 한밤에 감실 등불에 절을 올린다.
읊조리는 소리는 외로운 창밖에 끊기고
서성이는 발길엔 한스러운 마음 이길 수 없을레라.
그리하여 설두스님은 다음에 이 두 구절을 인용하여 송을 한
다.지금도 ‘무너진다’고 알아서도 안 되며,‘무너지지 않는다’
고 알아서도 안 된다.결국 어떻게 알아야 할까?어서 눈을 들
어 보아라.
송
겁화의 불빛 속에 질문을 던지니
-무슨 말을 하느냐?벌써 잘못 돼버렸다.